[박영주]2Q 모토로라는 슬프다

공연한 시샘도 부질없는 노릇이다. 발표하긴 싫지만, 그나마 올해 2분기 휴대폰 실적은 성장세라 다행이다. “전년 동기 대비 41% 매출 증가”란 성적표를 내놓았으니, 이 추세라면 올해 4분기 수익 실현도 기대해봄 직하다.

이 기간, 스마트폰 440만대를 팔았고, 태블릿으로 내놓은 ‘줌(XOOM)’은 44만대 팔았다. 아이패드 900만대에 비하면 옹색하다. 솔직히 ‘모토로라’ 답지 않은 실적인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은 모토로라도 아니다. ‘솔루션’은 남 주고, ‘모빌리티’로 따로 휴대폰 사업만 꾸려간 게 벌써 7개월째다.

물론, 아날로그 시절엔 잘 나갔다. 1980년대 초, ‘벽돌 휴대폰’이라 불린 ‘다이나택(DynaTAC)’으로 ‘휴대폰’을 처음 만든 것도 나다. 나는 달 탐사선에도 실려 지구와 교신도 했다. ‘마이크로택’ ‘스타택’이란 이름만으로 내게 향수를 갖는 매니아층도 한국을 비롯, 적지 않았다.

디지털 시대 한번 상처 입은 자존심은 결국 스마트폰 시대, 고꾸라진 거인 꼴이 됐다. 글로벌 시장은 물론, 본토(미국. 내 고향은 시카고다)마저 후발사들에게 내줬다. 퀄컴에서 ‘모셔온’ 산제이 자 CEO조차 버겁긴 마찬가지다. 절치부심, 권토중래 벌써 수년째다.

‘스마트폰 440만대’ 많이 부끄러웠다. 애플이와 삼성이가 2030만대, 1900만대 이상 팔아 ‘글로벌 1위’를 다툰다니 격세지감이다. 특히 삼성이 놈 약진이 부럽다. 막내 HTC마저 1210만대 파는 동안, 난 정말 뭘 했나 싶다.

노키아 형과 후배 RIM과는 동병상련, 더 애틋하다. 1670만대를 팔아 체면을 구긴 큰형님 노키아도, 최대 1400만대 예상되는 RIM도 애플이랑 삼성이한텐 별 수 없었다. 스마트폰 하나 잘 만들어 ‘만년 1위’를 거꾸러뜨리다니, 애플이랑 삼성이도 참 대견하다. 하긴 그 못나간다는 LG전자(약 800만대)도 내 두 배 가까이 팔았다니 말 다했다.

애플이의 출중한 OS와 단말 경쟁력, 앱 장악력은 인정한다. 80년 넘게 무선통신 기기를 만들어온 나보다 ‘PC업체’가 더 낫다는 건 그래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삼성이가 저렇게 클 줄은 몰랐다. ‘한국지형에 강하다’며 한국 시장 독주하던 내게 도전장을 내밀 때만 해도 십 수년 뒤 이렇게 클 줄 정말 몰랐다.

다 내주었으니,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 안드로이드 OS 하나 갖고 여럿이 돌려 쓰니 경쟁도 버겁다. 같은 입장인데도 삼성이랑 HTC는 어떻게 저렇게 잘 해나가는 지 부럽기도 하다.

올해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작년보다 30% 증가한 4억 2300만대에 달한다는 전망(도이치뱅크)이다. 노키아형이 7000만대, 애플이가 8000만대, RIM이 5000만대, 나머지 2억 2000만대가 우리들 안드로이드 벤더 몫이란다. 삼성이가 6000만~7000만대를 가져간다는 예측도 있다. 당장 ‘수익 실현’ 외 구체적인 출하량을 장담할 수 없는 내 현실이 속 쓰리다.

피처폰을 하면 되지 않냐고? 피처폰은 계륵이 된 지 오래다. 미국인들 55%가 신규 휴대폰으로 스마트폰을 선택했다는 시장조사업체 닐슨의 지난 3~5월 조사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미, 아세안, 중동 등 신흥국가의 피처폰 수요만 기대기엔 스마트폰 광풍이 너무 세다.

그나마 2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꺾었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그래봤자 4위다. 역시 애플이 1위, RIM과 HTC가 공동 2위다.(닐슨 조사) 미 휴대폰 시장, 삼성한테 뺏긴 지 오래다. 스마트폰도 그러란 법 없으니, 재기의 길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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