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국정보화진흥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동통신 요금정책 세미나’는 미래기획위원회가 주최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방송통신위원회 공동주최이긴 하지만, 직접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토론 사회를 자처했다는 점에서 더 주목 받았다.
특히 ‘MB맨’으로 불리는 곽 위원장의 ‘뚝심’에 거는 기대도 높았다. 이 때문에 세미나 현장은 제법 열기가 높았다. 참석자 면면도 기존 유사 세미나와는 달랐다. 곽 위원장 외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자리를 함께 해 ‘요금 인하’ 고민을 함께 나눴다.
곽 위원장은 토론에 앞서 “인위적 가격인하가 자유시장주의에 어긋난다지만, 국내 통신시장 자체 시장경쟁체제가 아니다”며, “이익 내는 복점형태 과점 시장인 만큼 정부의 개입이 자유시장주의에 어긋난다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밝힌 곽 위원장은 “월 15만원 쓰는 사람에게는 몇천원 인하가 중요하지 않지만, 저소득층은 그렇지 않다”며, “서민가계 및 소액 사용자에 경감 혜택이 집중될 수 있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곽 위원장은 “방통위가 (오늘) 의견을 수렴해, 이명박 정부가 통신비 절감 공약을 꼭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방통위에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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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3일 ‘이통요금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
◆요금인하 정부정책 가시화 ‘어떻게?’=이날 방통위 입장은 여전히 ‘강제인하를 않겠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소비자 후생과 함께 IT투자여력 확보도 함께 가져갈 수밖에 없는 규제당국의 고민도 밝혔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통신요금 20% 인하라는 대선공약을 마음에 두고 있다”며, “통신요금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쉽지 않은 거 잘 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외국과 비교해 싼 편’이라는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대선공약’ 운운했다는 점에서 ‘변화’가 엿보였다는 지적이다.
토론에 참여한 강승규 의원(한나라당. 문방위)은 “한나라당은 통신요금이 서민가계에 미치는 부담이 지나치다”며, “‘통신다이어트법’을 통해 요금인하를 체감토록 제도적 장치를 정부가 마련토록 법제화하겠다”고 말했다.
‘통신다이어트법’은 한나라당이 9월 국회에서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서민살리기 5대 중점법안’의 하나로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 ‘재판매사업 도입’을 앞세우고 있다.
전응휘 이사(녹색소비자연대)는 작심한 듯 앞서 패널토론에 나섰던 남영찬 SK텔레콤 부사장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전 이사는 “요금 인하 문제는 단적으로 SKT 문제로, SKT 요금이 인하될 때만 의미가 있다”며 정면으로 SK텔레콤을 공박했다.
전 이사는 “가장 큰 문제는 SKT의 왜곡된 요금수준이 과거 통신규제당국의 비대칭규제 정책의 소산인데, 잘못된 현 요금 수준을 안 건드리고 앞으로 잘하겠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며, “비정상적인 시장지배력을 강화해 온 이 괴물(SKT)이 만들어놓은 기형요금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 이사는 방통위 추진내용인 ‘저소득층 감면’과 ‘선불제 확대’에 대해서는 각각 “복지후생정책일 뿐, 평균적인 요금인하와는 무관하다”, “요금인하와 요금절약을 구분하지 못한 정책 방안”이라며 잘못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이통비 비중이 높아 가계 부담이 우려되는 만큼 이통요금을 합리적 수준으로 인하하는 노력을 계속하겠다”면서도 “시장자율적인 요금인하가 바람직하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다만 신 국장은 “(대선공약인) ‘20% 인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을 더해 여지를 남겼다. 신 국장이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충분히 검토해서 중•장•단기 요금인하 정책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다 곽승준 위원장이 토론회를 정리하면서 “오늘 얘기들이 헛되지 않도록 잘 반영하겠다”고 밝혀 기대치를 높였다.
“미래기획위원회가 오늘 세미나를 반영, 정책이 나중에 반드시 실천되도록 약속하겠다. 조만간 방통위가 새로운 요금정책을 발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곽 위원장의 맺음말이다.
◆때아닌 단말 보조금 금지 논쟁=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성낙일 서울시립대 교수는 단말기 보조금 지급 규제를 중장기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단말 보조금의 요금인하 전환’이 정부 인하방안 중 하나라 눈길을 끌었다.
성 교수는 정책방향의 하나로 ‘이통사의 단말기 보조금 유인을 억제하는 정책방안 검토’를 제시했다. 성 교수는 “단말과 이통 가입이 결합된 상태에서 보조금 지급금지 같은 직접규제가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며, “3G 활성화, USIM 이동성 확보, 결합상품 활성화 등 보조금 지급유인 억제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GSM 국가의 단말기 유통채널에 대한 조사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성 교수는 “단말 보조금만 금지해도 요금 20% 인하는 쉽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응휘 위원은 단말 보조금이 제한되면 요금인하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보조금 금지기간이었던 2004~2007년까지 요금인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는 입장이다.
전 위원은 “입구쪽 독과점 수준 요금을 다뤄야지, 단말 보조금 제한 등 출구쪽 노력을 가져가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보조금 자체 이용자 후생인 것은 물론, 단말 산업 활성화 등과도 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통요금 ‘한국형 평가기준’ 만들자=답답해서 한 얘기겠지만, 남영찬 SKT 부사장이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OECD 등의 조사는 팩트가 아니다며, “통신요금 자체조사단을 구성하자”고 던진 제안이 이날, 의외로 반향이 컸다. “통신요금 국제비교 조사단을 통해 국내 현황을 파악, 정확한 산출이 가능토록 하자는 것이다.
전응휘 위원은 “새로운 비교표준을 만들자는 데 찬성한다”며, “통신규제당국이 그런 것을 해야 한다”고 받았다.
“올바른 비교는 같은 조건에서 질과 양을 판단해야 한다”는 신용섭 국장은 더 나갔다. 질적 측면과 달리 양적 측면은 각국 상황이 달라 비교가 곤란하기 때문에 자국 상황에 따른 비교가 필요하다는 것.
신 국장은 “메릴린치는 미국 기준, OECD는 유럽 기준이고, 일본 총무성도 자국 기준을 만드는 만큼, 우리도 우리 실정에 맞는 비교 기준을 만들어 하는 게 좋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저소득층 요금감면 효과 ‘5000억’ Vs ‘500억’=이날 세미나에서는 또 방통위가 밝히고 있는 저소득층 요금감면 효과가 과장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응휘 위원은 “저소득층 요금감면이 늦은 감은 있지만 잘하는 일이라면서도 과장은 말아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전 위원은 자체 추산 결과, 현재 정부 안이 내놓은 저소득층 요금감면액 수혜 총액은 정부 홍보인 5000억원이 아닌, 그 1/10인 500억 수준에 그친다는 것. 이는 2008년 이통3사 당기순이익의 3.6%에 불과한 것이라고 전 위원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용섭 국장은 “차상위 계층 확대 발표시 기초생활수급자 155만명과 차상위계층 270만명을 대상으로 90%가 이동전화 가입자일 경우, 5000억 정도 절감효과를 보는 것으로 집계했다”며, “실제 기초생활수급자 40%, 차상위계층 8%만 가입을 해 혜택총액은 54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방통위 통계로는 장애인 150만명, 국가유공자 12만명, 저소득층 74만명이 모두 2800억원 정도의 감면 효과를 보고 있다. 대상자 전체로 하면 5000억원이 맞기 때문에 일부러 과대계상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편,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1일 저소득층 휴대폰 요금감면 대상 확대를 발표하면서 ‘대상자는 기존 71만명에서 대상자 약 425만명(기초생활수급자 155만명, 차상위계층 약 270만명)으로 확대된다”며, “이중 이동전화 가입율 90%에 해당되는 약 382만명이 감면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과대계상 혐의가 짙은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