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터넷 인프라 좋은 것은 세상이 다 압니다. ‘값 싸고 속도 빠른’ 이 덕에 우리나라가 IT강국이 될 수 있었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통신노동자연합(CWA)이 ‘한국 인터넷 속도가 세계 1위’라는 보고서도 내놓았습니다. 미국의 4배로 15년 걸려야 미국이 우리나라를 따라올 수 있다는 다소 자극적인 셈도 곁들였습니다.
이런 인터넷이 그 긍정만큼이나 숱한 부정적 현상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익명성 뒤에 숨는 파렴치한 댓글 문화와, 저작권을 위협하는 불법복제 등입니다.
(물론, 현재 ‘댓글’과 ‘불법복제’에 대해 이를 규제하고 단속하는 세력과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 이슈로 양산되니 ‘부정적 현상’이라고 적시했을 뿐입니다. 온통 ‘입맛대로’ 사이버 규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들 또한 앞세우는 정의만큼이나 뒷면, 치졸한 속내가 여전하다는 생각입니다. ‘촛불을 끄려 한다’는 의혹도 여전합니다.)
‘칼’도 부엌에서 쓰면 ‘이기利器’지만, 막다른 골목, 어둠 속에서 휘두르면 ‘흉기凶器’가 됩니다. 사람을 이롭게 하자고 한 게 사람을 해치는 경우, 우리는 ‘칼’을 나무라지 않고, 칼을 휘두른 주체에 대해 책임을 묻습니다. 막말로, 칼이 뭔 죄가 있겠습니까?
‘경찰이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된 댓글과 첨부파일을 실시간 감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3일자, 경향신문 보도입니다. 경찰청 보안과 얘기입니다. 지난 7월 새로 발주한 ‘보안 사이버 검색•수집 시스템’ 강화 사업의 일환이랍니다.
‘키워드 검색’을 통해 특정 단어가 들어 있는 게시물을 인터넷 사이트 전체에서 실시간으로 수집’할 뿐 아니라, ‘수집시 대상사이트 서버에 네트워크 정보(IP 등)를 노출시키지 말라’고 까지 적시했답니다.
실시간으로 인터넷 댓글을 통째 감시하면서 흔적은 남기지 말 것으로 요구했다니, 의아스럽습니다. ‘대북 업무 차원’ ‘디도스(DDoS) 공격 예방 때문’이라는 경찰청 해명이라지만, ‘정부 비판 감시나 정치적 사찰 목적’을 의심하는 우려가 더 많습니다.
이번엔 ‘한겨레21’ 제776호 얘기입니다. 국가정보원이 국보법 혐의자 등의 집이나 사무실에 설치된 인터넷회선을 통째로 감청했다는 내용입니다. 이른바 ‘패킷 감청’으로서 대상자 본인은 물론, 회선을 공유하는 주변 모든 이들이 사찰의 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해외 이메일(콕 찍어, 구글 G메일)을 사용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니 이른바 ‘사이버 망명’도 마음 놓을 수만 없게 됐습니다.
경찰•국정원에 이어 기무사도 빠지지 않습니다. 기무사 민간불법사찰 피해자대책위원회가 지난 2일 국가인권위에 기무사 사찰에 대한 직권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입니다.
앞서 민주노동당 이정희•민주당 원혜영 의원 말을 빌자면, 기무사는 재일동포 어린이들에게 책 보내기 운동을 하고 있는 민간인들도 사찰하고 있답니다. 인권위 직권조사 착수는 당연하다지만, 낯익은 풍경이 정확히 ‘10년 전’ 그것과 다르지 않아 모골이 송연합니다.
‘畵虎類狗화호유구’란 말이 있습니다. 식자들 표현에 따르면 ‘사자성어’입니다. 서투른 솜씨로 큰일을 도모하다 도리어 일을 그르치는 것을 말한답니다. 호랑이를 그리려다 도리어 개를 그린 꼴입니다. ‘率獸食人솔수식인’이란 식어도 있습니다. ‘짐승을 몰아 사람을 잡아먹게 한다’는 뜻인데, 곧 폭정으로 백성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비유한답니다.
왜들 이러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