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1일 보도자료 하나로 홍역을 앓았다. 이미 삼성 내부에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알고 있었을 내용이 배포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날 이를 다룬 전 언론이 오보를 낸 셈이 됐다.
문제의 발단은 삼성전자가 이날 내놓은 ‘[삼성전자 참조자료]갤럭시S 오스트리아 출시 현장 사진’라는 보도자료에서 촉발됐다. ‘오스트리아에서 갤럭시S 판매를 시작한 첫날, 숍 오픈 한 시간 전부터 제품을 구입하려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뤘다’는 요지였다.
특히 별도 ‘사진설명’에는 ‘갤럭시S를 구입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위치한 매장에서 구매자들이 아침부터 길게 줄을 서고 있다’고 달았다.
마침 이날은 SK텔레콤이 삼성전자의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의 25일 국내 출시를 대대적으로 발표한 날이기도 했다. 같은 제품 관련 뉴스가 국내외에서 쏟아지면서 홍보 효과도 극대화됐다. 당연히 국내 언론들은 오스트리아 현지 반응을 ‘줄서기’ 등으로 뜨겁게 보도했다.
‘“갤럭시S 사자” 유럽서 아이폰4 뺨치는 줄서기’(J신문)
‘삼성 ‘갤럭시S’ 오스트리아 출시 ‘인산인해’(S신문)
‘오스트리아 ‘갤럭시S’ 판매장, 줄서기 진풍경’(M신문)
‘“갤럭시S 주세요”…오스트리아 매장 ‘문전성시’(K신문)
본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갤럭시S 오스트리아 런칭’이라는 비교적 무미건조한 제목이었고, 내용도 ‘삼성전자에 따르면,…’ ‘…고 밝혔다.’ ‘…회사측은 덧붙였다’고 표기, 확인 못한 사실에 대한 보도 수준을 맞췄지만, 결과적으로 ‘장사진을 이뤘다’는 삼성전자 보도 내용은 고스란히 담겼다.(<관련기사>‘갤럭시S’ 오스트리아 런칭)
마침, 어제까지 마감해야 할 외부 원고가 있었다. 삼성 보도자료가 뒤집어지는 ‘해괴한’ 소식을 접한 것은 원고를 가까스로 마감하고 다소 늦은 귀갓길이었다. 트위터를 통해 세티즌 ‘모바일생각’에 올라온, ‘오스트리아 갤럭시S 대박의 진실’이라는 글에 눈이 멈췄다. 오후 2시 18분발이었다.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한 이 글에서는 삼성의 오늘 홍보가 ‘거짓’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갤럭시S를 사러 온 행렬이 아니고, 경품행사에 참석한 줄서기’라는 요지. 오스트리아 현지 언론의 글을 해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삼성측에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 사실 확인이 급했다.

'오스트리아 이통사 A1이 삼성 갤럭시S 출시를 기념, 마련한 경품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이날 게임을 통해 50명에게는 갤럭시S가 경품으로 주어졌다.' 사진 설명은 이게 팩트다.
삼성 관계자 말. “경품 내건 것 맞다. 알다시피 외국은 제조업체 아닌 이통사가 단말 유통을 맡는다. 1년에 두어번 전략제품이 나오면 출시 시 이를 경품으로 내거는 행사를 갖는다. 그렇지만, 이날 온 사람들 가운데는 2000명의 예약가입자도 포함됐고, 2주전부터 이통사 A1이 실시한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 섞였다.”
보도자료 어디 그런 설명은 없었다. 왜 그런 부분을 함께 공유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생각하지 못했다”는 답만 들었다. 보도자료도, 답변도 매우 아쉬운 부분이었다.
결국 ‘삼성이 50대의 갤럭시S를 경품으로 내걸었다’로 시작했다는 현지 보도는 400여명이 모였고, 게임을 통해 50여명이 갤럭시S를 경품으로 받아갔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현지 이통사인 A1 경우, 보다 상세한 자료를 냈다는 주장도 뒤를 이었다. 미필적 고의라기보다, 분명히 거짓을 유도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
당장 트위터를 포함, 인터넷이 난리가 났다. 네티즌들이 들썩거렸다. “언플 아닌 사기”라는 격앙된 목소리부터 “역시 삼성”이라는 비아냥까지 천편일률적이었다. ‘삼성은 돈 주고 줄 세우고, 애플은 돈 받고 줄 세운다’는 댓글도 나왔다. ‘애플은 어플로, 삼성은 언플로’라는 이전 지적과 함께 삼성으로서는 뼈아픈 후과다.
훌륭한 제품을 두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삼성의 잇단 자충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왜?’ 근원적인 의문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공짜폰 아냐?” 툭 던지는 지인의 말을 듣고도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 ‘설마…’했다. 정말, ‘설마…’했다.
삼성에 또 한번 실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