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2일) 기어코 한나라당이 ‘방송법’ 등 미디어법안을 ‘날치기’ 통과시켰습니다. 1차 ‘악법’ 통과가 좌초됐던 올해 초와 다르지 않게 여전히 국민들 60% 이상이 반대한다는 미디어법안을 직권상정 해 처리하는 여당입니다. 박수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노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습니다.
민생경제를 위한 법이라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안먹히자, 신문•방송 겸영을 통한 경쟁력 있는 선진 미디어 체제를 위한 것이라고 강변합니다. 뭣도 모르고 반대만 한다,며 국민들 타박하기 전 절대 과반을 차지하는 한나라당 의원 개개인 과연 얼마나 이 법을 잘 알까, 여전한 의문입니다.
여당이 하는 일에 겁 없이 ‘날치기’ ‘악법’이란 표현을 쓴 데는 누구나 다 아는 이유가 있습니다. 잠깐, 뉴스만 봐도 아수라장, 전쟁터 같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얼마나 후안무치한 작태를 일삼았는지 여실합니다.
긍정적인 건 여당이 무지한 국민들을 교육시키길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이건 한나라당보다 더 뼛속 깊이 ‘후안무치, 안하무인’을 금과옥조로 내세우는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어몰입교육’ 운운하며, ‘오렌지’ 발음을 강변하던 그때처럼, 이번 국회의 ‘7.22 사태’에서는 친히 ‘일사부재의’를 알아듣게끔 훈육합니다.
다음 국어사전에 물어봅니다.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 의회에서 한번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는 다시 제출할 수 없다는 원칙’, 이렇게 친절한 설명이 있습니다.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형사 소송법에서, 한번 판결이 난 사건에 대하여서는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원칙’와는 구분해야겠습니다.
왜 집권여당의 ‘구국의’ 결단을 ‘날치기’라고 하는지, 바로 이 ‘일사부재의’ 때문입니다. 김형오 국회의장 대신 총대를 멘 이윤성 국회부의장(한나라당)의 귀여운 실수 때문이기도 합니다. 재적과반 146명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하고, 145명이 투표에 참여한 방송법 투표 종료를 과감하게 선언해주신 용기가 문제가 돼버렸습니다.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부결된 안건은 동일 회기에 다시 상정, 표결할 수 없다.” “투표가 종료돼 개표까지 된 상황에서 재상정 절차도 없이 재투표를 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뉴시스가 전한 헌법재판소 관계자 말입니다.
이런 걸 ‘원칙’이라고 합니다. 원칙은 심지입니다. 심지가 있어야 양초가 촛불이 됩니다. 굳이 헌법재판소나 법조계 식견있는 전문가들 아니래도, 국민들, 다음 국어사전만 들쳐봐도 ‘일사부재의’ 뜻을 알 수 있습니다.
재판이 잘못돼 연쇄살인법을 무혐의로 풀어준다면 다시 같은 죄목으로 그를 처분할 수 없습니다.(일사부재리) 전광판까지 꺼진 ‘투표 종료’ 상황에서 부랴부랴 같은 안건을 재투표(‘재상정’이 아닙니다)한 행위를 한나라당은 “법적 문제 없다”고 또 후안무치를 전가의 보도처럼 앞세웁니다.
대리투표 의혹까지, 국민들에게 여전히 모멸감만 안기는 이 정부의 주구노릇에 충실한 한나라당입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일개 전경에게도 두드려 맞는 야당 국회의원 정도야 파트너 아닌 지 이미 오래입니다. 지시대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철거깡패와 다를 바 없습니다. ‘무뇌아’라고 왜 비판 받는지, 알면 무뇌아가 아니겠지요.
논란이 논란을 낳습니다. ‘조중동 몰아주기’ 미디어관련법의 오늘 날치기를 영광으로 살진 저녁을 고대할 시간대입니다. 마침, 오늘 달이 해를 잡아먹는 ‘일식’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결국, 누가 누구에게 잡아먹힐 지, 기대만큼 눈 동그랗게 뜨고 지켜볼 일입니다. ‘원칙’ 없이 ‘정권’도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