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한 업계와 정부의 구애가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닙니다. 왜 진작 이러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에서 온갖 ‘상생’ 방안이 쏟아져 나옵니다.
앱 개발부터 판매까지 ‘원스톱’ 지원 약속이 주류를 이룹니다. 이를 위해 기술과 자본 지원, 어느 한 쪽도 소홀함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습니다. 바야흐로 ‘밥벌이되는 앱’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요?
아이폰이 국내 들어온 지 3개월을 훌쩍 넘겼습니다. 40여 만대가 팔려나가는 동안,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은 측량 불가할 정도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3년 체증을 3개월 새 뚫었다’는 게 업계 정설입니다.
서비스와 단말, 콘텐츠만의 변화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무선(모바일)을 중심으로, 사람이 숨쉬는 구석구석 생태계 전반의 혁명적 변화는 불가피했습니다. 나폴레옹도 아닌 것이 ‘날 따르라’ 앞장 서,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들썩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왜 못 만들었느냐’ 아이폰에 대한 찬탄도, 뒤늦은 질책도 ‘용자’가 늘어난 만큼 무의미해졌습니다. 하드웨어 중심적 사고를 소프트웨어로 탈바꿈, 이제 앱 생태계를 얘기하는 자체, 생산적 변화라면 변화입니다.
최근 앱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지원책이 쏟아지는 것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KT 발빠른 행보는 주목할 만 합니다. ‘에코노베이션(Econovation)’으로 대변되는 개발자 지원정책을 23일 대규모로 발표했습니다. API 무료 개방, 3000명 앱 개발자 육성, 해외수출 지원 등 말 그대로 ‘종합선물세트’ 였습니다.
KT 관계자는 이날, “결국 이통사 배만 채웠다”는 한 개발자 얘기에 가슴이 철렁, 뼈저린 자기 반성을 했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개발자에게 이익을 돌려주겠다”, 이날 KT ‘야마’였습니다.
24일, 방통위가 출범 2주년을 맞아 ‘대통령직속’을 강조하는 미래기획위원회와 함께 마련한 토론회에서도 개발자 지원 약속은 이어졌습니다.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이 화두입니다.
이통3사 모두 ‘펀드 조성을 통한 중기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아무래도 솔깃한 것은 ‘투자’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상생 협력 펀드 3746억원 운영 중”이라는 SK텔레콤은 1200억 규모 상생펀드를 운영, 대출 및 저리융자를 지원하겠다고 나섰습니다.
KT는 3년간 450억원 지원, LG텔레콤도 100억원 규모 오즈(OZ) 앱스토어 구축을 통해 중기 및 개인 개발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벤처육성’을 앞세웠던 김대중 정부와 ‘벤처재도약’을 다짐했던 노무현 정부, 그리고 ‘지나간 10년’에 대한 심정적 거부감을 지닌 이 정부까지, IT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은 늘 ‘같은 말, 다른 뜻’이었습니다. 돌아서면 쥔 것 없는 중기?벤처의 박탈감만 높았던 게 사실입니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다시 개발자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소식도 심심치 않습니다. ‘1인 기업’ 성공사례도 회자됩니다. 사업자나 제조업체 등의 ‘SW 애정’만큼 기회가 주어질 것이란 기대도 가득합니다. “갑-을 관계를 갑-갑으로 만들어줬다”는 어제 세미나 방청객의 애플에 대한 감사는 특히 이통사들이 귀 기울여야 할 부분입니다.
추세와 맞물려 이처럼 지원 약속도 넘쳐납니다. 2013년(방통위) 혹은 2015년(지경부), ‘모바일 1등 국가’를 표방하는 정부 전망은 여전히 장밋빛입니다. 온 기회, 잡았으면 합니다. 개발자들, 오랜만에 기 폈으면 좋겠습니다. 허언 아닌 ‘상생’으로 말은 이제 실천으로 몸이 됐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