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주]보도자료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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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의 보도자료 양식 변화가 주목 받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보도자료 매 쪽 윗부분에 ‘함께하는 공정사회! 더 큰 행복 대한민국’이란 문구를 삽입,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자사 전략 태블릿PC ‘갤럭시탭 10.1’ 출시를 기점으로, “변화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과 멀티미디어 시대에 발맞춰” ‘보도자료 2.0’을 새로 선보였다.

국내 처음 시도되는 이러한 보도자료 배포 형태에 대해 회사측은 “기존 텍스트, 사진 위주의 단순 정보 전달에서 벗어나 삼성전자 주요 전략제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정보를 동영상으로 제공,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만든 ‘인포클립’과 제품 담당 임원이 특장점 등을 설명해 주는 ‘인터뷰클립’, 제품 정보를 다양한 그림으로 보여 주는 ‘인포그래픽’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출시되는 주요 전략제품에 대해 ‘보도자료 2.0’ 적용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한 기자들 반응은 엇갈린다. 좀 더 다양한 자료를 통해 제품 이해도 및 자료 활용가치가 높아졌다는 평이 있는 반면, 일부 ‘언론사 솎아내기’ 아니냐는 비판도 없지 않다. 입맛에 맞는 매체를 상대로 한 현장 동영상 인터뷰 허용 등, 제한을 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애플의 보도자료 전략을 따라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마이뉴스 지적으로, 주요 행사 키노트는 물론, 스마트 커버 활용 방법까지 애플의 동영상 위주 홍보는 익히 알려진 사례다. 이런 비교 자체 삼성전자가 부담스러워 한다지만, ‘따라쟁이’ 일환 아니냐는 게 오마이뉴스 지적이다.

“제품 이해의 폭을 넓히겠다”는 회사측의 긍정적인 함의를 제대로 담아낼 지, ‘보도자료 2.0’ 배포가 갖는 묘한 여운은 이후 지켜볼 일이다.

방통위 등 정부 부처 보도자료의 뜬금없는 구호성 문구 삽입은 더욱 의아하다는 평가다. 첨부된 보도자료를 열 때마다 방통위 경우, 가장 먼저 상단 파란색 글씨로 적힌 ‘함께하는 공정사회! 더 큰 행복 대한민국’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확인된 바로는 방통위는 물론, 지식경제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역시 동일한 구호를 찍어내듯 삽입하고 있는 상태다. 문화부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보도자료 상단에 ‘함께 누리는 문화, 행복한 대한민국’을 앞세웠다. ‘함께 누리는 문화’가 ‘함께 하는 공정사회!’로 바뀐 채 부처 보도자료 전체로 확대된 셈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총리실 ‘권유’가 있어 약 2주전부터 범부처 보도자료에 이를 싣고 있다”며, “일부 보도자료 문구를 클릭하면 해당 사이트로 연결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공정사회’는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대표적인 구호다. 지난해 8.15 기념사에서 처음 제기됐으며, 최근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이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공정 사회 아젠다를 보다 집중적으로 챙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정사회 구현’을 반대할 리 만무하다. 정권의 이러한 ‘아젠다’가 오히려 ‘좌편향’이라는 일부 계급의 과도한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올해 8.15를 앞두고 또 어떤 ‘공정사회’가 재론될 지 관심도 크다.

그래도 ‘준비, 땅’하듯 정권의 아젠다를 비슷한 시기, 일제히 보도자료에 끼워 넣은 행위는 뭔가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자율은 없고, 타율만 있는 사례, ‘소통부재’가 강제만 남기는 것 같아 씁쓰레한 뒷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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