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일본 내 3위 영업이익을 발생하는 업체로 성장하기 까지 2조엔의 막대한 현금을 통한 보다폰재팬 인수가 기반이 됐습니다. 당시 보다폰재팬 인수는 인수 직후 사흘 동안 주가가 30% 떨어질 정도로 시장 우려가 컸지만, 결과는 당시 ‘도박’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난 3월 일본에 닥친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사고 이전에는 ‘정보혁명의 전도사’로, 그 이후에는 ‘가장 인간적인 CEO’로서 일본 내외 주목 받는 일본 제 3위 통신사업자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회고다.
손?회장은 20일 신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재 소프트뱅크(그룹)가 있기까지 지난 30년과 미래 30년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방한, 한 서밋의 기조연설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한 시간 여 면담까지 소화한 직후였다. 이번 방한은 11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 초청에 의한 방한 이후 처음이다.
손 회장은 기존 ‘정보혁명’의 강조점 외 일본 대지진 이후에는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서 ‘재생에너지’ 분야 새로운 관심을 증폭시키는 단계다. 이번 한국 방문 역시 정부가 주최하는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 참석을 위한 것이었다.
◆보다폰재팬 인수, ‘40대 도박’ 멋진 성공=손 회장은 소프트뱅크의 지난 30년 관련, “거의 1인 기업으로 시작해, 1994년 미국서 인터넷 사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 15년간은 이익이 없었지만, 30년이 지난 현재 영업이익(Operating income)이 약 80억 달러로 NTT와 NTT도코모에 이어 일본 내 3위 업체가 됐다”며 그간 고무적인 성장을 지표로 제시했다.
이는 일본의 대표 업체인 혼다나 닛산자동차, 2위 이동전화 사업자인 KDDI를 앞선 것으로, 특히 파격적인 요금제 및 아이폰 도입 등 늘 새로운 시도를 통한 성장신화라는 점에서 회사와 손 회장 개인 모두 국내외 주목을 받고 있다.
손 회장에 따르면, 이러한 ‘성공’의 밑거름은 인수 당시 ‘도박’이라며 시장의 차가운 반응을 감수해야 했던 보다폰재팬 인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영국의 대표적인 이통사인 보다폰은 경쟁력 둔화를 이유로 보다폰재팬 처분을 원했고, 이를 소프트뱅크가 ‘현금 2억엔’이라는 막대한 인수자금을 제시, 인수를 성사시켰다.
도코모와 KDDI의 공세에 쫓겨 보다폰재팬 가입자가 줄어드는 형국에서 이를 인수한다는 자체,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장 반응은 인수 발표 사흘 동안 소프트뱅크 주가를 30% 이상 끌어내렸다.
손 회장은 보다폰재팬 인수를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손 회장이 19살 때 설계했다는 ‘인생 50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이러한 도박이 보기 좋게 성공, 현재의 성공을 지속하면서 업계 우려를 털어냈다.
손 회장은 “미래 인생을 계획하면서 40대에 일대승부를 걸겠다, 도박을 하겠다는 다짐을 했고, 48세에 20조엔을 들여 보다폰재팬을 인수했다”며, “이러한 현금 인수 규모는 일본 경제 역사상 최대 이자, 전세계 두번째로 내 인생 최고의 도박이었다”고 토로했다.
당시 손 회장의 인생 50개년 계획은 ‘20대에 이름을 떨치고, 30대에 운영자금을 축적하며, 40대 일대승부(도박)를 걸고, 50대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고, 60대 경영을 승계한다’는 내용이다. 경영 승계를 위해 소프트뱅크는 현재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Akademeia)’를 운영하면서 300명의 경영 후계자를 엄선, 집중 교육시키고 있다. 손 회장은 “아직 (경영을 넘겨줄) 69세까지는 십 수년 남았다”며 웃었다.
◆“‘멀티 브랜드?멀티 CEO가 소뱅의 힘”=현재 소프트뱅크는 계열사 800개를 거느린 ‘그룹’으로 발전했다. 미래 30년 비전을 설명하면서 손 회장은 이를 5000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엔 일본 외 한국과 중국, 미국 기업도 포함돼 있다.
5년전부터 진출한 중국 시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고 있는 상태. 전자상거래 분야 ‘알리바바’, SNS의 ‘렌렌닷컴(renren.com)’, 온라인TV에서는 ‘PPTV’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현재 중국 내 각 분야에서 1위 업적을 내놓고 있다.
한국에는 127개사에 모두 2억 3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국내 소프트뱅크와 협력하고 있는 업체는 최근 데이터센터 서비스에서 제휴한 KT를 포함, SK텔레콤, 삼성전자, LG전자, 넥슨, NHN, 그라비티, CJ, RF윈도우, 한게임, 코어세스, NC소프트 등 다수를 자랑한다.
계열사 5000개 확대의 ‘비전’ 속, ‘소프트뱅크’란 이름 아래 ‘전략적 시너지 그룹’ 형태 운영을 지양하는 원칙은 고수된다. ‘삼성OOO’ ‘삼성XXX’ ‘삼성▲▲▲’ 등 단일 브랜드 아래 계열사들을 묶지 않는 것은 “의사 결정을 빨리 가져가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이른바 ‘멀티 브랜드 전략’으로, 피라미드형 중앙집권 형태를 가져가지 않음으로써 급변하는 인터넷 시대, 스피드 경쟁을 가능토록 했다는 설명이다. 그들과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성공을 독려하고, 실패를 지원하는 게 소프트뱅크 역할이라고 손 회장은 덧붙였다. 이러한 멀티 헤드쿼터, 멀티CEO 전략은 아마 세계 처음 만들어진 조직전략일 것이란 게 손 회장 말이다.
아시아 기업들과 다양한 사업을 함께 전개하는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동방특급)’는 손 회장이 공들이고 있는 대표 프로젝트 중 하나다. 한국 벤처 경우, 업체 고민을 해결해주면서 아시아를 포함, 해외에 진출토록 해주는 매개체나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소프트뱅크측 관계자 설명이다. 조만간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봤다.
◆“향후 30년 IT발전, ‘산업혁명’ 능가할 것”=소프트뱅크가 세워 둔 ‘미래 30년 비전’에도 주목할 점이 많다. 향후 30년뿐 아니라, 300년 후의 손 회장 비전도 함께 담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300년 후 세계는 300년 전 ‘산업혁명’을 능가하는 또 한번의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게 손 회장 전망이다.
손 회장은 “칩 하나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수가 인간의 뇌세포 300억개를 넘는 시기를 전망한 결과, 20여년 전이나 2년 전 모두 ‘2018년’으로 나왔다”며, “이 추세라면 300년 후에는 인간 뇌세포의 10의 60승배가 트랜지스터 칩 하나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보혁명의 결과 이 때 수퍼 인텔리전스, 그 중에서도 로봇이 단순 기술의 진화를 넘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밝힌 손 회장은 로봇 종류가 지구 온갖 생명체 종류보다 필적하거나, 많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 산업혁명 당시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며, 폭동도 일어났지만, 기계는 인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했다”는 손 회장은 “가령 이들 로봇 역시 사람의 적이 되거나 인간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0년 대비 2040년, CPU와 메모리는 백만배 늘어난 3쿼드릴리온(quadrillion)과 32PB로, 네트워크 속도는 1Gbps에서 300배 증가한 3Pbps에 달할 것이란 게 손 회장 전망이다.
저장 노래 곡 수가 2010년 6400곡에서 2040년 5000억곡으로 확대되는 등 단말기 한대 당 저장할 수 있는 콘텐츠 양도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결국 ‘무한대 저장, 무한대 클라우드, 무한대 초고속 네트워크’ 시대가 도래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수용하기 위한 소프트뱅크의 비즈니스 모델 진화 또한 거듭해 나간다는 각오다.
◆“30년 후 ‘글로벌 톱10’ 기업 기대”=이날 손 회장은 “3.11 일본 대지진이 인생관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고 말했다. 실제 손 회장은 대지진 이후 개인재산 100억엔 쾌척, 퇴임까지 사장 월급 전액 성금 지원, 대지진 피해 학생 취업 등 가장 활발하게 현장 지원에 나섬으로써 크게 주목 받고 있기도 하다.
‘원전 반대, 재생에너지 찬성’을 외치게 된 배경도 이 때문이다. 에너지 없는 정보혁명이 공염불이라는 생각이 위협 없는 재생 에너지 활용에 미쳐 ‘자연에너지협의회’도 결성했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 원전은 너무 위험하다는 판단에서다.
‘원전 유지’ 입장을 공언한 한국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남겼다. 지진이 덜 일어난다고 해서 원전사고 위험이 없는 건 아니며, 대부분 대형 원전사고 원인이 인재라는 통계에서 보듯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게 손 회장 충고다.
손 회장은 트위터를 애용하는 CEO로도 유명하다. 팔로워만 120만명으로 일본 최다다. 트위터를 시작한 계기는 ‘미래 30년 비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계층의 지혜를 수렴하고 싶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후에도 트위터 애용은 계속되고 있다. 손 회장은 “처음엔 (‘미래 30년 계획’)이 만들어지면 중단할려고 했는데, 일하는 데도 대단한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지금은 재미가 있어서,? 그냥 많은 사람과 연결해 대화를 하는 과정이 즐거워서 트위터를 한다”고 밝혔다. 직원들, 손 회장 활발한 트윗을 부담스러워 하는 건 한국과 마찬가지라는 우스개 소리도 곁들였다.
“100년전 철도회사 4개, 은행 2개 정도가 톱10 기업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이들 업체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IT회사와 중국회사들이 대체했다. 30년 후 가능하면 소프트뱅크도 전세계 톱10에 진입하고 싶다. 200조엔 정도 시가총액을 예상한다. 전세계 사람들로부터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랑 받는 기업이 되고 싶다.”
“정보혁명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지난 30여 년 경영 철학이 미래 30년, 300년까지도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하는 손 회장의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