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내달, 애플 ‘아이패드’와 삼성전자 ‘갤럭시탭’의 동시 출시가 예상되는 가운데, 태블릿PC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업체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4월 출시된 ‘아이패드’로 촉발된 이러한 태블릿PC의 활성화 조짐은 지난 2000년대 초 1차 태블릿 열풍과는 질적인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향후 해당 제품의 시장성 및 파급력도 주목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산케이 비즈(Sankei Biz) 등 외신들은 이들 업체간 태블릿PC의 경쟁 구도에 주목하고 있다. 아이패드가 지난 3분기 약 420만대를 판매하는 등 크게 앞서 있는 가운데, 글로벌 마케팅을 동시다발적으로 벌이는 ‘갤럭시탭’ 등의 행보 또한 관심을 끌고 있다.

아이패드 출시로 태블릿 시대를 다시 연 애플 스티브 잡스 CEO는 최근 7인치 태블릿에 대해 "출시 직후 소멸할 것"이라며 독설을 쏟아냈다. 초기 태블릿 시장을 주도하는 애플을 견제하려는 경재업체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아이패드는 발매 직후 품귀현상에 직면했지만, 최근 양산 공급체제를 갖춰 반전 공세에 나서고 있다. ‘10인치’ 아이패드에 대항하는 갤럭시탭 등 ‘7인치’ 제품들의 선전 여부도 관심거리다. 삼성전자 외 RIM(‘플레이북’), 샤프(‘갈라파고스’), 후지쯔, NEC 등이 잇따라 경쟁 제품을 내놓고 애플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아이패드의 지난 3분기 판매실적(약 420만대)은 당초 전문가들 예측치인 500만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산케이 비즈가 시장조사업체 BCN 자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최근 일본 내 아이패드 판매 역시 정체되고 있다.
지난 5월 판매대수를 100으로 봤을 때, 6월과 7월은 각각 145, 135로 선전했지만, 이어 8, 9월은 105, 100으로 다소 하락세에 직면했다. BCN측은 아이패드 초기 수요가 어느 정도 충족했다면서, 연말이 되고 콘텐츠 폭이 넓어진다면 아이패드 판매량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패드를 타깃으로 하는 경쟁업체들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현재 가장 잰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 ‘갤럭시탭’이다. “7인치 태블릿은 시장에 나오자 마자 소멸할 것(Dead On Arrival)이라고 애플 스티브 잡스 CEO가 독설을 쏟아냈지만, 나름 7인치가 시장구축에 성공할 것이라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등의 반박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갤럭시탭 경우, 미국 IT전문지 PC월드가 뽑은 ‘올해 100대 IT 상품’에서 태블릿PC로는 애플 아이패드(2위)와 함께 5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안드로이드 OS 탑재 태블릿으로서는 유일하다는 점에서 갤럭시탭 진영에선 이를 고무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갤럭시탭이 아이패드 대항마가 될까. 지난 6~8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Moscone Center West)에서 열린 ‘CTIA Fall 2010′에서 참관객이 갤럭시탭을 시연해보고 있다.
이 제품은 11월 한국을 비롯, 미국과 일본 등 전세계 동시다발적인 제품 공급을 개시할 예정이다. 크기와 무게에서 아이패드 약점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며, 상대적으로 열세인 콘텐츠 경우, 킬러 앱을 탑재해 이를 상쇄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갤럭시탭 경우, 삼성전자 차원에서 차량용 블랙박스와 맵 소프트웨어 ‘아이내비’ 등을, 이를 출시하는 SK텔레콤이 ‘HD 영상통화’ 기능을 기본 탑재키로 하는 등 ‘갤럭시탭 띄우기’에 열중하고 있다. 지상파DMB 시청 및 녹화, 변환 없는 동영상 시청 등 차별화된 기능 또한 더해진다.
일본에서도 1위 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를 통해 내달 출시 예정이다. 전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만큼 일본 시장 공략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삼성전자 판단이다. 일본 언론들도 갤럭시탭의 시장 반응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버라이존이 599.99달러에 갤럭시탭을 공급한다. 1GB에 월 20달러 데이터 요금을 내는 조건이다. 아이패드를 판매중인 AT&T를 비롯, 스프린트 넥스텔 또한 갤럭시탭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이 지급할 보조금 규모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 내 샤프도 전자책 기능을 강조한 태블릿 단말 ‘갈라파고스(GALAPAGOS)’를 12월 발매한다. 신문, 잡지, 그리고 서적 등 약 3만권을 판매하는 온라인스토어를 함께 제공, 내년초까지 일본에서만 100만대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이다.
경쟁업체들에 대한 애플의 ‘반격 카드’도 주목거리다. 신형 태블릿의 출시 여부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벌써부터 내년 상반기 신형 아이패드 출시 루머가 잇따르고 있기도 하다. 이 가운데는 ‘결국 애플도 7인치 태블릿을 내놓을 것’이란 확증에 가까운 소문도 있다. 결국 업체간 7인치와 10인치를 넘나들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단말 하드웨어의 경쟁을 뛰어넘어 휴대전화(스마트폰) 부문의 아이폰 성공사례처럼 결국 태블릿 경쟁의 관건은 콘텐츠라는 데는 모두 이견이 없다.
최근 안드로이드 마켓의 콘텐츠 수가 10만을 넘어섰지만, 앱스토어 30만개에는 아직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안드로이드 앱에 대해서는 보안 문제와 함께 ‘양보다 질’이라는 쓴 소리도 적지 않다.
7인치 해상도 이슈도 있다. 안드로이드 플랫폼 2.2버전(‘프로요’) 해상도가 800×480까지 지원되는 까닭에 자체 OS 개량을 통해 해상도를 1024×600 수준으로 높인 갤럭시탭의 경우, 앱 구동이 완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물론 삼성전자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스마트폰 경쟁 구도가 그대로 태블릿에서도 재연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갤럭시탭 등 거센 안드로이드 진영의 도전에 대해 초기 시장 우위를 지속하려는 애플 아이패드가 응전하는 형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전세계 태블릿 수요의 70% 이상을 가져갈 것이라는 아이패드를 따라잡기 위한 안드로이드진영의 승부처는 결국 ‘킬러 앱’의 발굴이라는 게 업계 공통된 지적이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최근 전세계 태블릿PC 시장 규모가 올해 1530만대에서 2012년 1억대, 2014년 2억대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iSuppli)는 지난 8월, “2012년까지 강력한 라이벌이 나타나지 않아 태블릿PC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할 것”이라며, 아이패드 독주를 예상한 바 있다. 올해 아이패드 점유율은 전세계 태블릿 시장에서 출하대수 기준 74.1%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