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특허개방, 中 ‘한글공정’ 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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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이른바 ‘한글공정’에 대응, 국내 특허권자들의 보유 특허 개방이 잇따르면서 국내 휴대폰 한글자판의 국가표준 제정 및 국제표준화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를 위한 정부와 업계, 학회 등의 움직임도 빨라지면서 보다 능동적인 표준화 움직임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반면, 국제표준 제정을 위한 과제들도 적지 않아 정부 등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각각 ‘나랏글’과 ‘천지인’ 특허권자인 KT와 삼성전자가 자사 보유 특허에 대한 사용권을 휴대폰 제조업체 등에게 무상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삼성 “우리도 ‘천지인’ 특허 무상제공”> 업계에 따르면, 천지인과 나랏글의 특허 종료 시한은 각각 오는 2015년과 2016년이다.

'나랏글' 특허권자인 KT와 더불어 삼성전자도 자사 특허 입력방식인 '천지인'의 무상제공을 정부에 약속했다고 방송통신위원회가 21일 밝혔다. 중국 '한글공정'에 대응, 국내 한글자판 표준화 마련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사진 왼쪽 삼성전자 '천지인' 자판, 오른쪽은 쿼티 자판.

특히 삼성전자의 특허 양보는 최근 ‘천지인’의 또 다른 특허권자인 조관현 아이디엔 사장이 특허권을 개방한 데다, 정부 또한 강력한 ‘국가표준’ 마련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조관현 사장은 지난 18일 한국기술표준원을 방문한 뒤 천지인 특허권의 정부 기증 의사를 밝혀 사실상 이를 무상 개방한 바 있다.

조 사장은 천지인 특허 관련 삼성전자와 특허 소송을 벌일 장본인으로, 2009년 삼성측과 양측 특허를 모두 인정키로 하고 소송을 취하한 인물이다.

조 사장의 ‘결단’이 알려지면서 삼성전자의 특허권 행보가 업계 관심을 모았다. 국내 단말기의 절반 이상(55%)에 채용되고 있는 ‘천지인’ 입력방식은 삼성 단말기의 또 다른 경쟁력이기도 하다.(나랏글-LG전자: 20%, 스카이 14%, 기타 11%)

당초 삼성전자 등은 독자 입력방식이 기업 고유 특허권인 동시에 UI(사용자 인터페이스) 등과 연결돼 있어 시장과 기술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며, 단일표준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와 관련, 21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마련한 한글 입력방식 표준화 관련 2차 회의에서도 “업계 자율이 안되면 정부안으로 가겠다”는 정부 입장에 삼성전자가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표원의 이날 2차 중역회의 결과는 28일 당정협의회에 보고될 예정이다. 기표원은 이에 앞서 지난 18일 이통사, 제조사, 소비자단체 등을 포함, 실무자 중심의 1차 회의를 가졌다. 또 이보다 앞서 15일에는 기표원, 지경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관계자가 참석한 한글 입력방식 표준화 관련 현안점검회의가 열렸다.

기표원은 지난해 말, 국민 불편 등을 이유로 ‘휴대폰 자판 통일’이 포함된 50가지 ‘1250 친서민 생활표준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때 기표원은 “업계간 이견 조율이 안되면, 무조건 통일시킨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며, 그 시점을 올해 말로 못박았다.

최근 국내 이러한 분주한 대응은 최근 중국이 한글 입력장치를 ‘조선어 문(文)’ 차원에서 중국 국가표준으로 정하고 국제표준까지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격화됐다.

이는 동북아 우리 역사를 자국의 것으로 하려는 ‘동북공정’에 빗대 이른바 ‘한글공정’으로 국내 전파됐으며, 일부 ‘과민반응’이라는 지적에도 불구 누리꾼을 비롯해 거센 반발에 직면한 상태다.

관련 학회는 물론, 소비자단체 등도 나서 해당 논의가 지지부진한 정부?기업의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어정보학회와 한국방송통신학회, 미디어콘텐츠학술연합은 지난 19일 조속한 한글 통신기기의 국가표준과 국제표준의 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으며, 같은 날 소비자시민모임 등 7개 시민단체도 성명서를 발표, 한글입력 방식의 표준화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 경우 표준화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약속했다.

국내 휴대전화 입력방식의 한국표준 제정작업은 지난 95년부터 정부가 추진했지만, 업계 이해다툼 등으로 지금까지 큰 진전이 없는 상태였다. 정부?여당은 관련 표준화 작업을 연내 마무리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 일부에서는 천지인이나 나랏글 등 현재 입력방식이 국제표준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며, 새로운 휴대폰 한글입력 방식 표준안을 제안,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아울러 국제표준화를 위해서는 북한과 중국 등 이해당사국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 또한 과제로 지적된다.

한편, 방통위에 따르면 현재 정보기기 자판에 대한 국제표준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전화기 영문자판 표준과, 국제표준화기구(ISO)의 PC 키보드 영문 자판표준이 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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